Discovering with Baby

[0일]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젊은시은 2018. 4. 1. 22:51

  2015년 3월 30일 14시 12분. 새로운 세계와 만났다. 

  아내가 새벽 2시부터 신호가 오기 시작해서 아침 7시 정도에 병원에 가고, 9시부터 본격적으로 진통하다가 오후에 건강하게 자연분만을 했다. 지구상의 모든 아빠가 그렇겠지만 처음이라 모든 것이 너무 놀랍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것 뿐이었다. 혹시 내가 또 겪을 지 모를 같은 경험이나, 또는 나와같이 첫 경험을 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 체크 리스트를 남겨두었다.


  A형. 2.7kg. 49cm. 딸. 출산 예정일을 정확하게 지켜서 낳았지만 아이는 약간 가벼운 정도였다.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들은 작게 낳아 크게 키우는게 좋다면서, 약간 가볍게 태어난 우리 딸을 축복해주었다. 3kg 이상 크게 태어나는 아이도 좋지만 산모가 많이 힘들 것 같긴 하다. 

  "작게 낳아 크게 키운다." 는 말은 비단 태어난 몸무게 뿐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곱씹어볼 의미가 있는 말로 들렸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하는 성경 구절의 한국판 버전 같기도 하고. 하긴 아기가 크게 태어나 봤자 3~4kg다. 작게 낳으라는 말은, 어쩌면 겸손함을 알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아직 아빠가 될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생각해왔다. 어릴 때부터 욕심많고 떼를 쓰는 아기들이 마냥 예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아이를 만나 보니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경이로움과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좁은 곳을 통과하느라 얼굴이 예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하던데, 내 기대보다는(?) 내 딸이 꽤 예쁘게 보였다. 태어나자 마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쳐다보는 모습도 뭔가 감격스러운 느낌이었고.

  산모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빠가 되는 첫날은 정말 길고도 힘겨운 하루였다.

  하지만 이 때는 잘 몰랐다. 이것이 단지 새로운 세계의 작은 시작이었다는 것을.